얼마전 오랜고민 끝에 (한 몇시간?) Fujifilm X-10 을 입양했다. 구매 직전만 해도 요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스냅은 찍어낼 수 있는데 뭔 카메라냐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간사한 악마의 속삭임에 속아 넘어가버렸다.
"야.. 카메라는 자랑하려고 사는거야! 응?"
젠장, 그 소리를 듣지 말았어야 했다.
어쨌든, 카메라 구입후 약 10일정도가 된 요즘은 오히려 카메라를 잘 샀다 싶다. DSLR 사놓고 제사 지내고 있던터라 비교적 좀 큰 콤팩트지만 조작하는 재미가 있는 X10 의 매력에 푸욱 빠졌기 때문이다. 언제나 휴대할 수 있고 즉시 꺼내 찍는다라는 '기록' 본연의 재미를 충분히 보장해준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있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필름카메라를 닮은 외관은 보너스다. 뽀~~너스.
X10에 관련된 리뷰 등은 워낙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귀찮아서-나중으로 미루고, 그동안 구입했던 카메라에 대해 곰곰히 곱씹어보는 <나의 카메라 지름 탐방기>라는 시간을 가져본다. 영수증에 의거한 정확한 추적은 아니라 빠진 놈도 있을테지만.
Olympus Camedia C-990z

출처 : http://www.est.hi-ho.ne.jp/
내가 처음으로 접해본 디지털 카메라는 올림푸스 C-990z.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던차, 마침 카메라가 하나 필요했는데 아버지께 슬쩍 의견을 제시했더니 의외로 바로 사주시더라. 훗날 알고보니 집에 안그래도 카메라도 필요했고, 구매했던 XX마트에 지인이 일을 해 싸게 사셨다는 후문.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으랴? 폰카마저 흔치 않던 시절에 이 녀석의 자리는 견고했다. 그 당시로는 꽤 훌륭했던 200만화소에 f.2.8의 렌즈, 개폐식의 렌즈 기동로 잔재미를 선사했던 모델. 하지만 SMC(Smart Media Card)라는 저장매체가 워낙 내구성이 약하고 용량이 작아 얼마 사용도 못하고 흥미를 잃은 비운의 첫 디카.

이것이 문제의 스마트 미디어 카드(SMC) 내구성이 약하고 128M 이상의 모델이 없다.
Olympus Camedia C-750uz
두번째로 접한 카메라 역시 올림푸스의 카메디아 모델. 비록 내것은 아니었지만 지인이 쓰지 않는다고 장기 렌탈(?)해줘서 대학 1년을 줄기차게 함께 했던 모델이다. 당시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던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비해 사진을 찍어야할 일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래 그 기회가 늘어났는데 마침 이 공짜로 이 녀석과 함께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하이엔드급 콤팩 카메라였던 이 모델은 만족할만한 사진을 뽑아냈지만, 그 구동력에 비해서는 꽤나 덩치가 커서 휴대성이 결코 편한 모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찍을 일이 많아' 들고 다녔던 모델. 나름 기억에 남는 제품이기도 하다.
Canon Powershot A-80
이후 도저히 귀차니즘 덕분에 Olympus Camedia C-750uz 를 휴대할 수 없었기에 나만의 디카를 구입하기로 마음먹는다. 알바를 통해 자금은 충분했고 뒤도 안돌아보고 위 모델을 구입하러 친구와 남대문을 향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온라인에서 예판도 많고, 구입할 일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만해도 지식인 등에 남대문 카메라 가게 추천받아서 구입하고 나오면서 숭례문을 찍는 것이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A-80의 장점은 바로 틸트 액정에 있었다. 지금이야 DSLR 에서도 많이 채용한 시스템이지만 저 당시만 해도 흔치는 않았다. 틸트 액정은 소위 말하는 '셀카 디카'의 완성형이었다. 더군다나 액정을 돌려가며 어려운 구도의 사진을 꽤나 편하게 찍는 것도 장점이었다.
더군다나 기존의 C-750uz 와 달리 자켓 주머니나 조그만 크로스백에도 들어가는 크기였기 때문에 가장 신경썼던 휴대성을 만족시켰던 모델. 군대가기 직전 중고로 되팔기 전까지 가장 애용했던 카메라가 아니었나 싶다.
니콘 D3X
이 것역시 내 카메라는 아니었다. 군 전역 직후 스튜디오 어시스트로 사회 생활을 이어갔는데 이때 내가 자주 다루던 카메라. 높은 네임벨류만큼이나 엄청난 위력을 선사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경우에는 증명이나 웨딩, 가족 사진 등을 촬영하느라 애착이 많이 가는 모델은 아니었다.
니콘D90
D90(덕구)은 처음으로 구입한 DSLR. 2009년에 일년간 밀양의 조선소에서 일을 했는데 아무래도 타지에 있다보니 많이 힘들었던 시점. 그러다보니 자연스래 취미로 외로움을 달래야했고, 덕구는 마침 좋은 친구였다. 보급기에 가까운 가격이었지만 꽤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준중형기 최초로 HD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모델. 물론 그 기능을 주로 회사용 홍보 영상 만드는데 썼다는게 캐안습.
어쨌든, 그 당시 처음으로 구입했던 레토나를 몰고 주말마다 대구와 밀양, 김해, 부산의 명소를 놀러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 저 당시만해도 스트로보, 세로그립, 삼각대, 필터군, 렌즈 등등 사진한 번 찍으러 나가면 어깨의 압박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차를 바꾸면서 금전적 압박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비운의 모델.
펜탁스 K-X
밀양 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와 PENTAX K-X 를 중고로 구입. 흰색의 자태가 뽐뿌호르몬을 강하게 분비시켰는데, 수동렌즈와 호환되는 마운트 덕에 가지고 있던 다양한 매뉴얼 수동렌즈로 재미봤던 모델 중에 하나. D90과 비교해서 덩치가 꽤 작아서 휴대하기도 편리했고, 펜탁스의 국내 입지를 대변이라도 해주듯 관련 악세사리가 별로 없어 지름도 덜했던 모델. 그러나 D90을 거치면서 투 다이얼 조작에 익숙해져서 인지 원다이얼의 K-X 가 다소 불편했고 결국 얼마 이용하지 않아 구입한 금액과 별 차이없이 방출.
Olympus Pen E-P1
사실 K-X가 방출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으니 바로 Olympus Pen E-P1 이었다. '미러리스'라는 괴상망칙안 키워드를 퍼뜨린 녀석이기도 한 이 모델은 그동안 콤팩트와 DSLR에서 휘둘리던 올림푸스의 입지를 단 번에 끌어올린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려한 자태에 비해서는 화질도 만족스럽지 않고 노이즈가 대박. 결국 얼마 못가 방출된 모델.
그리고 다시 D90이 영입되었는데, 창업을 하면서 이래저래 제품 사진 촬영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구입해놓고 2년간 그닥 쓰지를 않았는데 업무용으로 한정지어버린 생각도 한 몫했고, 과거와 달리 늘 노트북 등을 휴대하다보니 카메라까지 들고 다니기에는 도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게는 DSLR보다 1g 이라도 가벼움이 필요했기에.
Fujifilm X-10
그러던 중 먼지만 쌓여가는 D90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처분해버리고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과연 내게 카메라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용도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사진을 즐겁게 찍었던 시절과 현실을 대입해봐야하지 않나? 등. 결국 그 여러가지 질문의 대답은 다시 콤팩트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며칠간 다양한 모델을 만져도 보고 충분히 검토해본 결과, 후지필름의 클래식한 하이앤드 콤팩트 X-10 을 선택.
서두에 밝힌 X-10을 선택한 이유와 장점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꽤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사진 찍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았다는 것.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카메라를 돌고돌아 결국 콤팩트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당신은 사용하는 카메라가 무엇인가?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이 즐거운가? 댓글 놀이 고고씽 :)